여름을 닮은 우리 - 성률 전시회

2026. 5. 24. 19:47Movie & View/전시

서울 한남 그라운드 시 소 -알버스 갤러리에서 성률 작가의 개인전 여름을 닮은 우리에 다녀왔다.


겨울을 더 좋아하는 사람이라 늘 여름은 버텨내야 하는 계절에 가까웠고, 수채화 역시 쉽게 다가가기 어려운 표현이라고 느껴왔는데, 이번 전시는 여름을 다시 보게 되는 작품들이었다.
작가는 무라카미 하루키를 좋아한다고 적혀있었다. 캔버스와 종이 작품 중에는 종이 그림들이 더 아름답게 느껴졌다.
보고 있으면 어릴 적 동심으로 돌아가 여름날 뜨거운 햇볕 아래 골목길에서 땀을 흘리며 뛰어다니던 내 모습이 생각난다.

 

 

직접 갔을때 더 잘 느낄 수 있도록 전시회의 일부 마음에 들었던 작품 몇개만 소개해보려 한다. 

 

여름을 닮은 우리

 

여름 하면 무엇이 떠오르나요? 모든 것을 녹일 듯 내리쬐는 햇볕, 귀가 아릴 정도로 울어대는 매미, 그리고 혀끝에 닿는 자두의 싱그러움까지. 저마다의 기억은 다르겠지만 여름이라는 계절의 푸름이 청춘의 반짝임과 닮아 있다는 점에는 우리 모두 고개를 끄덕이게 됩니다.

〈<성률 기획전 여름을 닮은 우리>는 작가가 애정 어린 시선으로 포착해 온 여름의 조각들을 한데 모았습니다. 작가에게 여름은 뜨거운 성장통을 겪으며 자라나던 유년의 감각과 닮았습니다. 불안하고 혼란스러웠던 마음은 여름날 의 열기와 일렁이는 그늘이 되어 작품 곳곳에 섬세하게 스며들었죠. 작가의 손길이 고스란히 닿은 원화와 이번 전시를 위해 새로이 그린 드로잉 등 140여 점의 작품은 우리가 지나온 수많은 여름의 풍경을 생생하게 되살립니다.

맑은 색채로 그려낸 풍경을 통해 오래된 일기장을 들춰보듯 잊고 있던 시절의 조각을 꺼내 보세요.

 

전시장 내 모든 작품설명은 성률 작가가 직접 쓴 작업노트에서 발췌했다고 한다.

울지마

나는 우울한 일이 있을 때면 스스로를 다독이기보다는

다그치는 편이다. 그때도 우울한 일이 있어 자신을 구석으로 몰아 세웠지만 기분이 좀처럼 나아지지 않자 무력감이 한없이 나를 갉아먹는 기분이었다. 그런 기분으로 그림을 그리기 시작했다.

정원에는 한 소년이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뜨릴 것처럼 얼굴을 손으로 가리고 있고, 그 앞에는 소녀가 분무기를 들고 서 있다.

'울지 마, 울면 쏜다? 그런 무언의 협박 혹은 위로 같은 자세다.

어쩌면 나는 정말로 누군가가 나를 쏴주길 바랐는지도 모른다.

분무기든 물총이든 그저 무언가가 촉촉하게 적셔주길 바랐는지도.

갈증 같은 것이 아니었을까? 이상하게도 그림을 완성하고 나자 실제로 기분이 조금 나아졌다. 사람들이 이 그림의 어떤 부분이 마음에 들었는지 잘 모르겠다. 이 그림은 지금까지의 작업 중 사람 들에게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작업으로 남았다.

 

 

초록의 숨결 

여름 한구석에는 열기로 달아오른 뺨을 식혀주는 뒷골목의 그늘과 낮은 곳에서 피어난 이끼가 있습니다. 언제 그랬냐는 듯 모습을 바꿔 마음까지 서늘하게 만드는 여름처럼, 모든 게 서툰 그 시절엔 금세 마음이 차게 식는 일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서늘한 공기 속에서 우리는 숨을 고를 수 있었죠.

뜨거운 햇살을 피해 잠시 머물던 골목 어귀, 그곳에 피어난 초록은 우리를 말없이 달래주었습니다. 

 

 

여름의 시작은 언제부터일까? 아마 모기가 나타나기 시작할 때가 아닐까?

산 옆 아파트에 살고 있는 탓에 여름이면 어김없이 모기와의 전쟁이 시작된다. 나는 모기가 끔찍하게 싫어서 열대야에도 창문과 방문을 모두 닫고 자는데, 에어컨도 없어 내 방은 그야말로 사우나가 된다. 그럼에도 모기가 한두 마리씩 끊임없이 나타나니 도대체 어디로 들어오는지 알 수가 없다. 방에 구멍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고 창문도 이중인데. 한번은 콘센트 구멍에 테이프를 붙여 보기도 했지만 효과가 없었다. 이렇게 시달리다 보면 그들의 특성에 대해서도 조금은 알게 된다. 녀석들은 한 번에 한 마리씩만 출몰한다. 방에 다섯 마리가 숨어있다고 해도 절대 한 마리 이상 동시에 나타나지 않는다. 모기 사이에는 그런 에티켓이 존재하는 법이다. 그래서 인지 나는 더 괴롭다. 자다가도 귀를 스치는 소리에 번쩍 깨서 한바탕 사투를 벌이고 다시 잠들려고 하면 또 새로운 녀석이 귓가에 나타나기 때문이다.

여름은 그 어느 때보다 불면이 심하다. 

내 최애 작품이다.

 

구름 너머로

우리의 하루하루는 구름처럼 매 순간 다른 빛깔과 모양으로 채워지며 흐릅니다. 아주 느린 속도일지라도 우리는 매일 조금씩 어제보다 단단한 존재가 되어 가고 있습니다. 그 사실을 잊을 때면 하늘을 올려다보세요. 머리 위를 지나가는 구름처럼, 우리도 멈추지 않고 저마다의 내일을 향해 흘러가는 중이니까요.

길가에서 전투태세 Nikon Zf ttartisan 50m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