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를 부탁해
2023. 4. 28. 17:41ㆍMovie & Book
엄마가 파란 슬리퍼에 움푹 파인 내 발 등을 들여다보네. 내 발등은 푹 파인 상처 속으로 뼈가 드러나 보이네, 엄마의 얼굴이 슬픔으로 일그러지네 저 얼굴은 내가 죽은 아이를 낳았을 때 장롱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이네.
평생을 당신은 늘 아내보다 앞서서 걸었다.
어느 때는 뒤도 돌아보지 않고 길모퉁이를 돌기도 했다.
뒤처져서 아내가 당신을 부르면 당신은 왜 그리 걸음이 늦냐고 타박했다. 그러는 사이 오십 년이 흘렀다.
그렇게 남은 생을 살아갈 줄 알았다. 그런데 한걸음 두 걸음 늦었을 뿐인데 서울역에서 당신이 먼저 탄 지하철이 출발해 버린 뒤로 아내는 여태 당신 곁으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 엄마를 부탁해
이 책을 읽고, 걸음속도가 느려졌고, 엄마의 주름을 다시 보게되었다.